도서명 : 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지은이 : 조성권
출판사 : 황금알
분 야 : 인문학/고전
쪽 수 : 344쪽
사 양 : 152×225
정 가 : 20,000원
발행일 : 2025년 04월 15일
ISBN : 979-11-6815-107-9(03190)
< 책소개 >
흔들리는 시대에 나를 잡아주는 힘, 아버지 고사성어의 깊은 울림”
『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는 저자 조성권이 아버지에게 배운 고사성어를 단순한 교훈이 아닌 실제 삶의 지혜로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고사성어가 독자와 직접 소통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아버지가 6.25 전쟁 중 겪은 부상과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강인함과 자기 주도적 삶의 중요성을 자신의 성장 과정과 연결하여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예컨대 ‘현애살수(懸崖撒手)’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집착을 버리고 결단력을 갖추는 법을,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통해 진정한 자기 수양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아버지가 전통적인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하려 했던 철학을 담고 있어 독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이해와 성장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삶의 의미, 인간관계의 중요성, 성공의 기준 등 보편적 주제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독자들이 실제 삶에서 고사성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이를 통해 진정성 있는 소통, 독립성, 신중한 결정과 창의적 문제 해결 같은 현대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가치들을 재조명한다.
현대적 맥락에서 고전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삶의 문제와 선택의 순간마다 실천 가능한 지침을 제공하며, 가족의 사랑과 엄격한 가르침 속에서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찾는 여정으로 초대한다.
< 저자소개 >
조성권(趙成權)
저자는 치열하게 살았던 어른 세대와 동시대의 우리 세대 이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자산 이전에, 더 소중한 게 인성이라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버지로부터 배웠던 고사성어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지혜로운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서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중학교 졸업 후 서울로 진학해 경동고, 국민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숭실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은행(입행 당시 상업은행)에서 홍보실장, 서여의도지점장 등을 지낸 뒤 예쓰저축은행(현 삼호저축은행) 은행장을 역임했다.
현재 이투데이피앤씨 미래설계연구원장,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경제신문 이투데이를 비롯해 여러 언론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특강 강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 차례 >
글머리•4
1.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지 마라
나무 잡은 손을 놓아라 현애살수(懸崖撒手)•14
너를 위해 살아라 위기지학(爲己之學)•17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 종오소호(從吾所好)•20
똑바로 걸어라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23
마음에 없는 인사치레는 하지 마라 식언(食言)•26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유생어무(有生於無)•29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지 마라 절장보단(絶長補短)•32
지식의 바퀴는 클수록 좋다 다다익선(多多益善)•35
한번 맘먹은 일 함부로 바꾸지 마라 일이관지(一以貫之)•38
2. 너의 선택을 존중해라
그렇게 할 거면 그만둬라 득의양양(得意揚揚)•42
너의 강점을 찾아라 가계야치(家鷄野雉)•46
너의 선택을 존중해라 수처작주(隨處作主)•50
높이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등고자비(登高自卑)•52
막히면 원점으로 돌아가라 불천물연(不泉勿捐)•55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完璧)•59
유혹을 이기는 힘은 목표에서 나온다 다기망양(多岐亡羊)•62
익숙함은 오직 연습에서 나온다 여조삭비(如鳥數飛)•66
책상이 없으면 혼수가 아니다 망양지탄(望洋之歎)•69
3.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은 날은 삶이 아니다
거짓이 거짓을 부른다 만천과해(瞞天過海)•74
부끄러워해야 사람이다 무괴아심(無愧我心)•77
신뢰는 한결같음에서 싹튼다 소거무월(小車無軏)•80
어제보다 더 나아지지 않은 날은 삶이 아니다 극기복레(克己復禮)•83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냇물에 새겨라 이덕보원(以德報怨)•86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마중지봉(麻中之蓬)•90
진실한 글이 읽힌다 문인상경(文人相輕)•94
하늘은 모두 알고 있다 천망회회(天網恢恢)•98
호기심을 잃지 마라 타초경사(打草驚蛇)•101
훌륭한 선생은 혼자 가르치지 않는다 교학상장(敎學相長)•104
4. 집중력이 차이를 만든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명분을 만들어라 역지사지(易地思之)•108
남을 이롭게 하는 게 나를 이롭게 한다 자리이타(自利利他)•111
네가 힘들면 상대도 힘들다 강노지말(强弩之末)•114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를 아느냐 간뇌도지(肝腦塗地)•117
성공을 담보하는 집중력은 간절함에서 나온다 중석몰촉(中石沒鏃)•120
위기 안에 기회 있다 이환위리(以患爲利)•123
의지를 품은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영설독서(映雪讀書)•127
집중력이 차이를 만든다 삼월부지육미(三月不知肉味)•131
집중하면 이룰 수 있다 수적천석(水滴穿石)•134
초심을 잊지 마라 음수사원(飮水思源)•137
5. 사람은 사귀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다
권태는 기회다 낙선불권(樂善不倦)•142
모임을 네 것으로 만들지 말라 주이불비(周而不比)•146
물은 절대로 앞서가지 않는다 수유사덕(水有四德)•149
바래다주려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어라 송인송도가(送人送到家)•152
사람은 사귀는 게 아니라 얻는 것이다 구이경지(久而敬之)•155
새 물이 연못을 살린다 원두활수(源頭活水)•159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해불양수(海不讓水)•162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버릇은 병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165
최고 제품은 시장을 새로 만든다 갈택이어(竭澤而漁)•168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불양불택(不讓不擇)•171
6. 정답만 고집 말고 해답을 찾아라
갈등 해결의 열쇠는 공감력이다 추기급인(推己及人)•176
남의 일도 내 일처럼 해라 심부재언 시이불견(心不在焉 視而不見)•179
빈틈이 없어야 이루어진다 영과후진(盈科後進)•182
살아있다면 숨 쉬듯 공부해라 삼복사온(三復四溫)•185
손이 부끄럽지 않게 선물 들고 가라 속수지례(束脩之禮)•188
익숙함에서 탈피해라 파부침주(破釜沈舟)•191
전달되지 못한 말은 소리일 뿐이다 둔필승총(鈍筆勝聰)•195
정답만 고집하지 말고 해답을 찾아라 수주대토(守株待兎)•198
준비가 덜 됐으면 섣불리 나서지 마라 삼고초려(三顧草廬)•201
지킬 수 있어야 전통이다 가가례(家家禮)•204
7. 일의 성패는 사소함이 가른다
마음은 얻는 것이지 훔치는 게 아니다 연저지인(吮疽之仁)•208
마음을 열어야 복이 들어온다 수수방관(袖手傍觀)•212
뽐내는 글은 읽히지 않는다 긍즉불친(矜則不親)•215
아버지를 이기려면 열정을 가져라 불초(不肖)•218
요긴함을 품어야 진정한 풍요다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222
일의 성패는 사소함이 가른다 난사필작이(難事必作易)•226
책은 숨 쉬듯 읽고 또 읽어라 위편삼절(韋編三絶)•229
천재로 태어난 아이, 둔재로 키우지 마라 요조숙녀(窈窕淑女)•232
친구는 울타리다 송무백열(松茂柏悅)•235
힘 있는 말은 간명하다 거두절미(去頭截尾)•239
8. 인생은 요령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날은 삶이 아니다 부화뇌동(附和雷同)•244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수도선부(水到船浮)•247
나잇값이 무겁다 비육지탄(髀肉之嘆)•250
너 스스로 인재가 돼라 모수자천(毛遂自薦)•253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257
비뚠 자세가 병을 키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261
상사에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돼라 오청이윤(五請伊尹)•265
인생은 요령이다 요령부득(要領不得)•269
총명은 갈고 닦아야 빛난다 이총목명(耳聰目明)•273
환경 탓하지 마라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276
9. 천년은 갈 일을 해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마라 거필택린(居必擇隣)•282
말을 삼가라 삼함기구(三緘其口)•285
베풀 수 있어야 강자다 녹명(鹿鳴)•289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재주가 따로 있다 각자무치(角者無齒)•292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은 하지 마라 여세추이(與世推移)•295
술을 이기지 못하면 술이 너를 이긴다 불위주곤(不爲酒困)•298
연습이 손맛을 만든다 절차탁마(切磋琢磨)•301
잘못한 일은 반드시 바로잡아라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304
조바심이 졸속을 부른다 교지졸속(巧遲拙速)•307
천년은 갈 일을 해라 생일사불약멸일사(生一事不若滅一事)•311
10. 짠맛 잃은 소금은 소금이 아니다
가족이 먼저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316
남을 가르쳐 너와 똑같은 사람을 만들려 하지 마라 호위인사(好爲人師)•320
다리 다친 게 아니면 네 다리로 걸어라 종용유상(從容有常)•323
똑바로 보아라 대관소찰(大觀小察)•326
서울로 가라 동산태산(東山泰山)•329
손주는 하늘이다 장중지토일악족(掌中之土一握足)•332
짠맛 잃은 소금은 소금이 아니다 정명(正名)•336
혼자 있을 때를 조심해라 신독(愼獨)•338
효는 실천이다 육적회귤(陸績懷橘)•341
< 책 속으로 >
1.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지 마라
나무 잡은 손을 놓아라
현애살수(懸崖撒手)
여섯 살 때다. 남동생까지 낳은 뒤 분가한 아버지는 산을 개간(開墾)해 밭을 일궜다. 해 뜰 때부터 해 질 녘까지 몇 날을 땀 흘려 일하신 부모님은 우리 다섯 식구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큰 밭을 마련했다. 분가한 뒤 태어난 돌 지난 여동생을 업고 점심으로 감자를 삶아 밭에 갔던 기억이 새롭다. 동생과 돌멩이를 골라 밖에 내다 버리며 개간 일을 도운 기억도 또렷하다.
일이 거의 끝날 무렵, 무슨 일 때문인지 기억이 온전하지 않지만, 아버지가 화가 몹시 났다. 아버지가 뒤에서 내 다리를 양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 큰 나뭇가지를 잡으라고 한 기억은 생생하다. 내려다보니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높았다. 아버지는 나무에 매달린 나를 두고 말리는 어머니를 끌다시피 산을 내려가 버렸다. 땅과 부모님을 번갈아 쳐다보며 큰 소리로 울었다. 사방이 어두워졌을 때는 무서워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울음이 더는 소용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나뭇가지 잡은 팔을 힘껏 당겨 다리를 나무에 걸쳤다. 그렇게 팔다리를 움직여 몸을 밀어 나무를 내려왔다. 집에 돌아온 나를 본 어머니는 울기만 했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곤한 잠을 자다 잠결에 누군가 내 팔다리를 만진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때 맡은 아버지 담배 입냄새는 지금도 기억난다.
아버지는 ‘절벽을 잡은 손을 놓는다’라는 뜻의 ‘현애살수(懸崖撒手)’ 고사성어를 자주 썼다. 그때마다 어릴 적 나뭇가지에 매달리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아버지는 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당신의 자식이 외울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설명했다. “불경에 나오는 말이다. 손 떼면 죽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생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절벽에서 미끄러지다 간신히 움켜쥔 나뭇가지에 연연하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 성어는 여러 곳에 나온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중국 송(宋)나라 선사 야부도천(冶父道川)의 금강경(金剛經) 해설을 시로 표현한 ‘게송(偈頌)‘이다. “나뭇가지 붙잡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니라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대장부로다(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撒手丈夫兒).” 결단력이 부족함을 일깨우려고 알려준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한 백범(白凡) 김구(金九)의 좌우명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살면서 닥치는 위기는 수없이 많다”고 전제하며 “걱정이나 근심만 하면 길이 보이지 않는다. 궁리해라. 그래야 살길이 보인다. 무언가 잡고 있으면 의지하게 마련이다. 집착하기만 하고 더 위로 오르려고만 하다가는 가진 것마저 잃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보다 못하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이 한 말이다. 주저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그날 나뭇가지 잡은 팔을 당겨 다리를 나무에 걸칠 걸 생각한 것은 지금 되돌이켜 봐도 신통하다. 팔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다리를 걸칠 의지는 ‘할 수 있다’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무릇 자신감은 간절함과 끈기에서 비롯된다. 자신감에서 결단의 용기와 상황을 돌파할 힘이 나온다. 그런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큰 인성이 신중성이다. 행동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숙고하는 경향인 신중함은 매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성실성의 원천이다. 손주에게도 무엇보다 먼저 가르쳐주고 싶은 인성이다. 현애살수는 신중성을 되뇌게 해줘 내 삶을 이끈 고사성어다.
너를 위해 살아라
위기지학(爲己之學)
이제껏 아버지만큼 삼국지(三國志)를 탐독한 이를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일본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가 쓴 삼국지 번역본을 읽었다. 가끔 보면 밑줄을 긋기도 하고 책장 여백에 메모를 깨알같이 했다. 결혼해서 한집에 살 때다. 출근 인사를 드리자 갑자기 삼국지 일본어판을 구해오라고 했다. 동경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며칠 걸려 구해드렸다. 그러고 얼마쯤 지나서는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연의(三國演義) 중국어본을 대만에 사는 지인을 통해 구해드렸다. 그때 아버지는 책 심부름시키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삼국지를 읽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월탄(月灘) 박종화(朴鐘和)의 월탄삼국지(月灘三國志)를 구해드리자 비로소 만족해했다.
아버지 방을 청소하다 깜짝 놀랐다. 책 네 권을 펴놓고 노트에 삼국지를 만년필로 새로 쓰고 있었다. 이미 다른 노트에는 등장인물별로 발언록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적잖이 놀랐다. 책에 다 적지 못한 번역 오류 등을 바로잡은 노트도 있었다. 적어도 몇 달은 족히 걸렸을 작업량이었다. 더 심하게 놀란 건 달력 뒷면을 이어 붙여 삼국지에 나오는 모든 전투상황도를 그린 지도를 보고서였다.
외출했다 돌아온 아버지에게 “대단하십니다”라고 하자 밤을 밝히며 한 말씀이다. “번역서로는 월탄의 글이 좋다. 요시카와는 독자를 너무 많이 가르치려 한다. 그래서 내가 삼국지를 새로 쓰고 있다. 나관중이 저지른 실수도 여럿 있다. 특히 역사는 당시 인물이 겪은 바를 독자가 따라 해보는 방식의 추체험적(追體驗的) 기술을 해야 하는데 소설적 가미가 너무 심하다”라고 평했다. 아버지는 “삼국지 현장을 일간 좀 다녀왔으면 좋겠다”라고 했으나 몇 년 지나 뇌출혈로 쓰러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아버지는 “삼국지 주인공은 조조(曹操)다”라고 단정했다. “등장인물 중에서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가 모두 기술된 유일한 인물이다. 발언량도 최고 많고 걸물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이고 실수도 많이 했다. 그래서 정이 간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사람들은 어제 조조를 잘못 보았다, 오늘도 잘못 본다. 어쩌면 내일도 잘못 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나니까’라는 조조의 말이 참 좋다”면서 “그는 임종 직전 이 말을 하고 물을 가져오게 하고 마시지 못하고 손으로 튕긴다. 마치 자신의 인생을 의미하듯이. 닮고 싶은 멋있는 삶이다”라고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인용한 고사성어가 ‘위기지학(爲己之學)’이다. ‘자신을 위한 학문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공자(孔子)가 논어(論語)의 헌문(憲問) 편을 통해 “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학문을 했는데, 오늘날에는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학문을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질타하며, 학문하는 이유를 크게 위기지학과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구분했다. 아버지는 “위기지학은 학문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인격을 수양하여 자신의 도덕적 완성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위인지학은 자신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것이어서 공부가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 학문의 목적은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데 있다”라고 구분했다.
말을 마칠 즈음에 아버지는 “너를 위해 살아라. 너를 발견하고 온전한 네 삶을 살아라. 직장에서 일하니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제까지나 직장에 있을 수는 없다. 조조처럼 죽을 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공부를 집요하게 해라”라고 했다. 아버지는 조조가 한 말인 “산은 영원히 그 높음에 만족하지 않고, 물은 영원히 그 깊음에 만족하지 못한다(山永不滿足於其高, 水永不滿足於其深)”를 소개하며 공부 방법으로 집요성(執拗性)을 제시했다. 그런 성정이 몸에 배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그 또한 손주들에게도 물려줘야 할 품성이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
종오소호(從吾所好)
고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니 거기까지 키워준다. 고등학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는 전인교육(全人敎育)을 목표로 한다. 그다음부터는 네 힘으로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 ‘공부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만 가볍게 해석했던 저 말을 아버지는 지켰다. 나는 졸업하고 나서야 깨닫고 따랐다. 아버지는 한 푼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내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드시 지적했다.
한참 자란 뒤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서울로 올라오던 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당신의 아버지를 회고했다. “네 할아버지가 내게 준 유일한 가르침이다”라면서 종오소호(從吾所好)란 고사성어를 가르쳐줬다. 종오소호는 공자가 한 말이다.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 나온다. 원문은 “부유해지려 해서 부유해질 수 있다면, 비록 채찍 잡는 일일지라도 내 기꺼이 하겠다. 그러나 부유해질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채찍 잡는 일은 천한 직업인 마부를 말한다. 아버지는 “사람은 모두 부유하길 바란다. 공자 또한 그랬다. 부유해지는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느냐? 더욱이 떳떳하게 부유해지는 일이란 어렵다. 공자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당신의 아버지를 ‘간서치(看書癡)’로 평가했다. 낯선 단어였다. 뒤에 찾아보니 간서치는 책만 읽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마흔둘에 자식을 얻은 내 증조부를 제치고 82세에 손자를 본 고조부가 나서서 곁에 끼고 사서삼경을 비롯해 한학을 모두 직접 가르쳤다고 한다. 97세에 돌아가실 때 내 할아버지는 열네 살이었다. 아버지는 “귀한 손이라 더욱 엄하게 가르쳐 모르는 글이 없었다고 들었다”라고 술회했다. 학문에만 열중하게 했던 고조부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꾸짖어 결국 내 할아버지는 아무 일도 못 했다고 했다. 그런 할아버지도 스무 살에 얻은 내 아버지를 직접 가르쳤다고 한다. 아버지는 “냇가 느티나무 밑 모래판에다 글자를 써서 가르치셨다. 천자문, 소학, 사서삼경 순으로 가르친 게 아니라 당신이 좋아하는 글자를 가르쳤다. 겨울이면 화로 안 재에다 글씨를 썼다 지우며 가르쳤다. 내가 살아가며 배울 한문을 그때 모두 배웠다”라고 회고했다.
아버지는 “머리는 비상하고 또 하고 싶은 게 참으로 많았을 네 할아버지는 어른들의 기대와 간섭을 견디지 못해 남들이 정신병이라 부르는 심화병을 얻어 십수 년을 고생하다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신의 아버지를 회고하며 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날 처음 봤다. 할아버지는 그런 때문에 내 아버지에게 ‘종오소호’를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군에서 전상을 입고 집에 돌아왔을 때 병석의 할아버지가 크게 슬퍼하신 게 많이 기억난다. 하고 싶은 일 참 많았는데 언제나 장애인이라는 딱지가 하나 남은 다리마저 붙잡아 뜻을 펴지 못했다”라며 한탄했다. 아버지는 “성한 다리로 펄펄 뛰어다니며 네 인생을 살아보라”며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종오소호를 선물했다.
이 글을 쓰다 아버지가 묻힌 대전현충원을 찾았다. 담배에 불을 붙여 올리고 대답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1인 2역 하며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가 일찍 놓아주신 덕분에 성에는 안 차시겠지만, 이만큼이라도 컸습니다. 하고 싶은 일 많아 여러 곳을 기웃거렸지만, 성한 다리로도 힘에 부치는 걸림돌이 많았습니다. 돌아보니 그래도 한 가지는 했습니다. 자식들에게 종오소호는 물려줬습니다.” 독립심은 부모의 자식 놓아주기가 먼저다. 욕심 생겨 손주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독립심은 발걸음 뗄 때 가르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예쁜 자식을 놓아주기는 참으로 어렵고 귀여운 손주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 출판사 서평 >
『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는 저자인 조성권이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삶의 지혜와 교훈을 97개의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다.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일화와 이에 연관된 고사성어의 교훈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전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와 고민 앞에서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훈을 제공한다. 저자 조성권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97개의 고사성어를 매개로 자신의 성장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내며, 시대를 초월한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지 고사성어를 나열하거나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삶에서의 생생한 경험과 깊이 있는 성찰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절벽을 잡은 손을 놓는다’라는 뜻의 ‘현애살수(懸崖撒手)’ 고사성어를 자주 썼다. 그때마다 어릴 적 나뭇가지에 매달리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아버지는 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당신의 자식이 외울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설명했다. “불경에 나오는 말이다. 손 떼면 죽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생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절벽에서 미끄러지다 간신히 움켜쥔 나뭇가지에 연연하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 성어는 여러 곳에 나온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중국 송(宋)나라 선사 야부도천(冶父道川)의 금강경(金剛經) 해설을 시로 표현한 ‘게송(偈頌)’이다. “나뭇가지 붙잡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니라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대장부로다[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撒手丈夫兒].” 결단력이 부족함을 일깨우려고 알려준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한 백범(白凡) 김구(金九)의 좌우명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살면서 닥치는 위기는 수없이 많다”고 전제하며 “걱정이나 근심만 하면 길이 보이지 않는다. 궁리해라. 그래야 살길이 보인다. 무언가 잡고 있으면 의지하게 마련이다. 집착하기만 하고 더 위로 오르려고만 하다가는 가진 것마저 잃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보다 못하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이 한 말이다. 주저하지 마라” 고 당부했다.
그날 나뭇가지 잡은 팔을 당겨 다리를 나무에 걸칠 걸 생각한 것은 지금 되돌이켜 봐도 신통하다. 팔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다리를 걸칠 의지는 ‘할 수 있다’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무릇 자신감은 간절함과 끈기에서 비롯된다. 자신감에서 결단의 용기와 상황을 돌파할 힘이 나온다. 그런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큰 인성이 신중성이다. 행동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숙고하는 경향인 신중함은 매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성실성의 원천이다. 손주에게도 무엇보다 먼저 가르쳐주고 싶은 인성이다. 현애살수는 신중성을 되뇌게 해줘 내 삶을 이끈 고사성어다.
-「나무 잡은 손을 놓아라 현애살수(懸崖撒手) 부분
이 책의 대표적인 고사성어 가운데 하나는 ‘현애살수(懸崖撒手)’다. 이는 ‘절벽에서 붙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뜻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사소한 집착을 버리고 결단력을 발휘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나뭇가지에 매달려 절박한 상황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체득하며, 이 고사성어의 의미를 인생 전체를 통해 실천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 수많은 현대인이 처한 선택과 포기의 기로에서 깊이 음미할 가치가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위기지학(爲己之學)’ 역시 인상적이다. 이는 ‘자신을 위한 학문을 하라’는 공자의 가르침으로,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학습이나 허영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 성장을 위한 학문의 가치를 역설한다. 저자는 아버지의 삼국지 탐독과 분석을 통해, 학문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태도에서 출발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학습과 지식을 얻는 행위 자체가 아닌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문제로 연결되는 중요한 교훈이다.
한편, 저자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종오소호(從吾所好)’라는 고사성어는 개인의 진정한 행복과 자아실현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아버지가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라는 충고를 통해 강조했던 이 성어는 현대인의 삶에서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지닌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내적 가치와 소명을 발견하고 살아가라는 조언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한 철학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때로는 엄격하고 가혹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결국 저자가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을 통해 저자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 위한 선행이나 의존적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임을 강조한다. 즉, 진정한 삶의 발자취는 자랑하려고 남긴 흔적이 아니라 삶 자체에 묻어나온 진심 어린 노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독자 스스로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고사성어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교훈이나 격언의 나열이 아니라, 삶의 본질과 인간 본연의 모습을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더불어 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흔히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 인간관계의 어려움, 삶의 목표에 대한 회의감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이 책은 세대를 아우르는 지혜의 공유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저자의 가정에서는 고사성어의 가르침이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저자 본인으로 이어져 왔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삶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전수되어야 할 인생의 교훈으로서 그 중요성을 더한다. 이와 같은 격대교육(隔代敎育)의 철학은 디지털 시대, 가치의 혼란 속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삶을 돌이켜 보며 그때그때 겪었던 시행착오와 성공의 경험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사성어라는 오래된 지혜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도 우리의 삶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는 독자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저자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독자 또한 자신만의 ‘고사성어’를 만들어가고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단지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대화를 이어가게 하는 진정한 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