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진(36기,한성대)

요즘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서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변화입니다.

그동안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습니다. 첫째,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동메달 이상을 따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어 사실상 면제에 가까운 혜택을 누리는 방법. 둘째, 상무 야구단에 입단해 군 복무를 대체하는 방법입니다.

이 두 가지 길을 놓친 선수들은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순간 선수 생명이 끝난다고 생각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면제를 시도하는 경우마저 있었습니다. 사회적인 인식도 비슷했습니다. “프로 선수로서 군 복무 2년은 곧 선수 생명의 종말”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었죠.


군 복무가 만든 반전 드라마

그런데 이 통념을 뒤집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 안재석 선수입니다. 안재석 선수는 서울고 졸업 후 2021년 1라운드 1차 지명으로 입단하며 큰 기대를 받았지만, 2022년 부진과 부상으로 시즌 아웃, 이어 2023년에도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그는 현역병 입대를 선택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선수 생활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군 생활은 달랐습니다. 제15사단에서 평범한 소총수로 복무하며 동기들과 똑같이 훈련·근무했고, 여가 시간에는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단 덕분에 체중을 15kg 증량하며 몸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멘탈 관리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2025년 7월 7일 전역 후 두산으로 복귀한 그는 이전의 마른 체형을 벗고 근육질의 강한 몸으로 변신해, 전역 후 첫 경기부터 팀의 승리를 이끄는 핵심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한마디로, “군 복무가 한 선수의 커리어를 살린 사례”가 된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한 선수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습니다. 군 복무가 한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된 것입니다. 그 영향으로 현역병 입대를 스스로 고민하는 젊은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송구를 하고있는 안재석 선수[사진=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캡처]



ROTC 문제와의 연결고리

이 사례는 군 복무의 또 다른 영역인 ROTC 지원 감소 문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과거 ROTC의 매력은 단순했습니다.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 하나.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매력은 크게 퇴색했습니다. 2년 4개월의 복무 기간 동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서의 군 생활은 강조되지 않았고, 그저 계급장과 경력만을 자랑하는 분위기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시간 때우기’에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어학이나 자격증 등 더 직접적인 취업 스펙을 쌓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이제 ROTC가 던져야 할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군 생활 2년 4개월 동안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어떤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마치 안재석 선수가 군 복무를 자기 성장의 기회로 활용한 것처럼, ROTC 동문들 가운데 군 생활을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든 사례들을 발굴하고 널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ROTC의 진짜 매력이고,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입니다.


스펙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안재석 선수는 지금도 후배 선수들에게 “현역병 복무를 적극 추천한다”고 말합니다. 군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강력한 홍보대사는 없을 것입니다. ROTC 역시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담을 토대로, 단순한 ‘스펙’이 아닌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회’로서의 ROTC를 재정의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ROTC의 새로운 매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