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예방하고 고치기 위해 사람들은 음식과 약을 이용해왔습니다. 수천 년간 음식과 약을 먹으면서 나타나는 반응에 대한 지식들도 자연스럽게 누적 되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약이 되는 것과 독이 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명민한의원 장준수 원장
그런데 여기에서 특이한 문제가 생깁니다.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누구는 좋다고 하고 누구는 먹고 좋지 않았다고 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음식이라면 잠깐만 고생하면 되겠지만 약이라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치료를 위해 먹는 것이 약인데 약을 먹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설상가상(雪上加霜)격으로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인삼을 먹으면 몸이 따듯해지고 열이 난다고 기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인삼을 먹고 배가 차가워지면서 설사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상반되는 증상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체질의학 이전의 의학은 수천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같은 음식과 약을 먹었는데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명확하게는 설명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첫 완성형 체질의학인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이 나오면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상의학 이전에는 체질에 대한 개념과 가설의 제시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사상의학에서부터는 체질의 개념을 이해하고 임상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정리하였습니다. 이제마 선생은 유학자로 사상의학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통합하여 4가지 체질로 사람의 특질을 분류하였습니다. 또 음식과 약의 특질을 4가지 체질에 따라 분류하였습니다. 나아가 체질에 따른 음식, 약, 섭생방법 등을 이용하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습니다. 이는 난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던 역사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왔어야했던 혁신적인 의학입니다.
체질의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사상의학이 가져온 혁신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병을 바라보기에 앞서 그 사람의 체질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체질은 정신과 육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무엇에는 무엇이 좋다.’ 또는 ‘어느 병에 어느 치료’라는 획일적인 방법론을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체질(體質)은 사전적으로는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이고 정의합니다. 체질의학으로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체질이란 ‘날 때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특질과 육체적 특질로 인해 발현되는 몸과 마음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먹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생각이 옳지 않음을 지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돼지고기의 특질은 차다고 하고 닭고기의 특질은 따듯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만 서로 다른 체질이 있다고 하는 걸까요? 동물과 식물은 정해진 환경에서 본능적으로 살아가므로 비슷한 특질을 갖습니다. 자연산 인삼은 척박한 서북면의 그늘진 비탈면에서 자라납니다. 인삼도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재배해야 합니다. 비옥한 흙에서나 햇볕이 좋으면 오히려 인삼은 죽게 됩니다. 인삼이 가지고 있는 특질과 맞지 않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사람은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사람마다 서로 다른 정신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에 지배되기 보다는 환경을 이용하고 이겨내면서 살아갑니다. 사람의 정신적 특성은 자식에게 또 그 자식에게 대를 이어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신적 특성이 다르면 이것은 몸의 생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과 느린 사람들의 심장의 특질은 다릅니다. 따라서 좋아하는 것도 다를 수 있고 같은 음식이나 약을 먹더라도 다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자주 오는 병도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에게만 체질이 있는 이유입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저의 체질은 무엇인가요?”란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질문이기에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필자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해드립니다. 사실 본인의 체질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예들 들어 찬 것을 먹으면 배가 아픈 사람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체질을 모른다고 해도 되도록 찬 성질의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 성질의 돼지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따뜻한 양념으로 성질을 중화시켜 먹는 지혜를 발휘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후추를 많이 넣어서 따뜻하게 먹는다던지 혹은 제육볶음으로 먹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체질이 다르다고 완전히 딴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떤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체질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의 통합적 특질입니다. 나의 정신과 육체의 특질을 먼저 파악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체질의학은 새로운 의학분야가 아닙니다. 사람을 다루는 모든 의학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필수적 관점입니다. TV에서 ‘무슨 보양식과 보약이 좋다.’라는 말을 듣고 나의 체질적 특징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고 쫓아서 먹지 마십시오. 나는 어떤 정신적 특성과 육체적 특질을 가지고 있는 체질인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나를 이해하면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최선인지 저절로 알게 되실 겁니다. 이것이 바로 체질의학의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