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 군은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ROTC 소위로 임관하여 통신부대에서 복무 중이었다. 전역을 7개월 앞둔 12월 어느 날 상담차 커리어 코치인 나를 찾아왔다.
"코치님, 내년 6월 말에 전역 예정입니다. 취업하려고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왔습니다."
"어떤 산업에 관심이 있나요?"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있습니다."
"혹시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은 어디인가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입니다."
대식 군은 두 번의 질문에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취업준비생을 만나면 누구에게나 묻는 공통 질문이다. 하지만 대식 군처럼 처음부터 자신 있고 분명하게 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대기업이나 공기업 같은 데 가고 싶습니다."
"취직이 급해서 아무 데나 뽑아주면 가려고요."
자신만의 취업 전략이 없는 이들이 주로 대답하는 말이다. 취업을 학교 다닐 때와 같이 '시험'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취업 전략'의 관점에서 준비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벌어진 시험을 치르는 듯이 임기응변,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벼락치기' 식으로 대응하는 젊은이가 많다.
대식 군은 이듬해 전역하던 6월 삼성전자에 최종 합격했다. 예전처럼 군 장교 출신 우대가 없는 상황에서 학교를 갓 졸업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합격한 터라 더욱 의미가 있는 합격이었다.
2023년 4월 중순이 지나간다. 앞으로 두 달 정도 지나면 6월 말에 전후방 각지에서 복무하는 ROTC 후배들이 중위 또는 대위로 전역한다. 작년에 한 취업 강연에서 만났던 58기 후배들이 떠오른다. 일부는 취업에 성공해서 제 일을 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도 취업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업 지도와 커리어 코칭을 하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 ROTC 후배들을 종종 만났다. 취업에 성공하여 현직자로 근무하는 이도 있지만, 시간이 걸려 아직도 취업 준비 생활을 하는 후배들도 있다.
대식 군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취업 전략을 세우도록 지도했다.
첫째,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라.
둘째, 희망 산업, 기업, 직무에 대해 분석하라.
셋째, 자신의 현 상황을 분석하라.
넷째,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계획을 세워라.
다섯째, 기업의 단계별 스케줄을 파악하여 역순(Reverse time)으로 시간 계획을 짜라.
전략의 대강은 다섯 가지로 구성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할지 목표와 현 수준의 차이를 분석했다. 희망 직무는 메모리 반도체 회로설계였다.
대식 군은 졸업하고 2년이 넘는 군 생활을 경력의 공백기로 여겼다. 그럴 만도 한 게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있는 엔지니어 직무가 아닌 소대장으로 조직 관리에 더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대식 군이 원하는 회로설계 엔지니어(to be)와 현재의 자신(as is)의 차이(gap)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이 도출했다.
1. 2년간의 전공 공백기
2. 직무 지식 부족
3. 자기소개서 작성
4. 직무 적성 검사 대비 부족
5. 면접 경험 전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역 전까지 6개월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웠다.
첫째,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는 기업에서 관심을 두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도록 설득했다.
둘째, 직무 관련 내용은 삼성전자에서 제공하는 직무기술서를 참고하고, 이에 필요한 직무 관련 온라인 강의를 추천했다.
셋째, 자기소개서 작성은 질문의 요지에 직관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을 구•간•명(구체적이면서 간략하고 명료하게)의 법칙에 맞게 쓰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넷째, 직무 적성 검사는 논리, 수리, 비문학 언어, 추리 능력 등 필수 영역을 시중에 나와 있는 수험서로 대비하도록 했다.
다섯째, 면접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주제보다는 면접 위원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 위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했다.
기업은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전략을 세운다. 이른바 경영 전략이다. 각 사업부는 사업부의 목표에 맞는 전략을 세운다. 공장은 생산 전략을, 마케팅은 마케팅 전략을, 연구소는 R&D 전략을 짠다. 마찬가지로 인사팀은 인력 운영 계획에 인재 채용 전략을 세운다. 이 말은 단순히 프로세스에 의한 채용보다는 매년 경제 상황과 기업의 경영 현황에 맞게 채용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의미다. 상대방은 전략을 갖고 나오는데 취업준비생이 전략 없이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면 결과가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
군 장교로 전역하는 후배들에게 취업을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다음 6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유익한 내용을 연재하려한다.
마인드셋, 정보 분석, 지원 동기, 자기 이해, 직무 적합성, 조직 적합성
◆◆ 필자소개 ◆◆
이름: 안 선 형(인하대 27기)
E-mail: seanmba.an@gmail.com
소속: 브레인튜닝연구소 대표(커리어 코치)
분야: 2030 청년 세대 취업·진로 강의 및 코칭
5060 중장년 세대 재취업 강의
7080 시니어 세대 의사소통 역량 강의
필자는 25년 동안 삼성그룹에 근무하면서 케미컬, 전자재료(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유통(e-Commerce) 분야에서 B2B, B2C 마케팅과 해외시장 개척 업무를 수행했다. 삼성 재직 시 5년 동안 면접 위원으로 신입사원 채용에 참여했으며, 2017년부터 이공계 취업 교육기관 ‘렛유인에듀’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삼성, SK, LG, 포스코 등에 수많은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매년 주요 10여 개 대학에서 취업 전략, 산업 분석, 직무 분석, 모의 면접 관련 특강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서울시 7, 9급 공무원 채용 면접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표 저서
《이공계 취업 마스터키》
《한 권으로 끝내는 전공 직무 면접 2차전지 이론편》(필명:안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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