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온 편지 - 그리운 31기 동기들에게!

김창현 승인 2023.10.06 20:53 | 최종 수정 2023.10.12 13:06 의견 0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31기 김도현 입니다. 벌써 임관 30주년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문무대, 상무대, 특공연대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그렇게 됬군요. 동기들은 기념모임을 갖는다고 준비중인데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해서 참여하는 심정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김도현 동문(우측 첫째)과 가족


저는 지금 LA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20여년전 IMF 한파도 견뎌냈던 직장을 뒤로하고 한국을 떠나올때는 그저 꿈꾸던 유학을 가고 싶었는데 한풀이하 듯 비즈니스 스쿨과 로스쿨 과정을 연달아 마치고 이 곳에 남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겨우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세계금융위기 한복판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이었나 자문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ROTC 출신 미국변호사는 처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은 워싱턴 DC와 LA를 오가면서 주로 국제소송의 증거수집 업무를 다루었는데요. 영화속 주인공처럼 법정에서 싸우는 변호사 역할은 아니었고요. 전투를 목전에 두고 탄약을 준비하는 정도의 역할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기업 비밀을 다루는 소송전에서는 Confidentiality 유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모든 증거자료들은 변호사들만 살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쟁에서는 이렇게 준비한 증거자료들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법정까지 가지않고 원하는 합의를 상대측으로 부터 끌어냅니다.

돌이켜보면 Self-Driving Technology 유출과 관련된 Google 과 Uber 분쟁 등 굵직한 미국 기업간의 분쟁을 다룰때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도울때가 가장 보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중언어가 가능한 변호사들이 제대로 대우 받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하고요. 멀리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 계약 분쟁에서부터 가깝게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건 까지 실로 다양한 산업분야를 넘나드는 경험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LG·SK 배터리 분쟁에 참전했을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행이 전격합의로 마무리됬지만 한국국적의 두 배터리 자이언트 기업이 미국에서 벌인 세기의 대결이었으니까요.

최근에는 판사출신 옛 동료변호사와 함께 우리기업 관계자들의 파견근무에 필요한 비자업무도 다루고 있습니다. 비자업무도 결국은 해당 기업과 임직원의 자격요건을 보여주는 증거서류를 잘 준비하는 과정이라서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맥이 상통하는 지점이 있더군요. 매일 미주지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 및 관련 중소기업 현황과 관계자들의 서류가 저의 손을 거쳐가고 있습니다. 타국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꼭 필요한 인적자원을 적시에 배치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전투에서 탄약을 준비하는 일 만큼이나 중요한 소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멋진 30주년 행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몇년전 모처럼 한국에 잠시 들렸을때는 코로나 위험을 무릅쓰고 나온 겁없는 동기들만 보고 왔지만 다음에는 더 욕심을 부려보겠습니다. 낙하산하나 둘러메고 허공에서 프리점프하던 30년전 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아직은 수영과 하이킹으로 단단한 몸매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기 여러분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LA에서 31기 김도현 올림

김도현 동문은
Thunderbird, Arizona State University 에서 MBA 학위를,
Michigan State University College of Law 에서 JD 학위를 받고,
Washington D.C.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International Discovery 전문 변호사로서 Akin Gump, Dentons, Gibson Dunn, Morrison Foerster, O'Melveny & Myers, and Sidley Austin 등의 로펌과 함께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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