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전역이 6개월 남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요?”
“대학 시절 전공이 무엇인가요?”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통신 소대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희망하는 회사와 직무는 무엇인가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회로설계 엔지니어입니다.”
“왜 회로설계 엔지니어 직무에 지원하려고 하나요?”
6년 전 12월 어느 날 만난 ROTC 후배를 상담하면서 강두식 중위(가명)와 나눈 대화의 첫 부분이다. 진로와 취업 상담차 전역을 6개월 남긴 시점에 임지인 강원도에서 휴가를 내어 찾아왔다. 코치가 던진 질문의 내용을 보면 일반적으로 채용담당자와 면접 위원이 가장 궁금해하는 순서로 물었다. 일반적으로 채용 현장에서는 전공은 무엇이고, 어떤 직무를 희망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고 하는지 반드시 묻는다. 그러고 나서 이후 부속 질문이나 추가 질문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채용담당자와 면접 위원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검토하는 내용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지원자에 관한 정보이다. 서류로 말하면 지원서에 있는 내용이고, 면접에서는 1분 자기소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지원 동기이다. 대부분 기업이 자기소개서에 제시하는 첫 번째 질문이 바로 지원 동기이고, 면접에서도 자기소개 다음으로 묻는 내용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다.
취업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를 만나는 기회가 적지 않다. 졸업과 동시에 군대라는 특수 집단에서 2년을 보내고 나와서 그런지 취업 관련 정보에 밝지 않다. 전역 후 1~2년이 지나도 여전히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는 후배들도 종종 봐왔다. 이들과 상담하면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뚜렷한 하나의 목표보다는 다수의 선택지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느낌이다. 전선이 넓어서 어디를 공략하고 방어해야 할지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취업 전략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칙이 ‘선택과 집중’인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 체계적인 전략과 대비 없이 임기응변으로 취업 전선에 나선 결과다.
강두식 중위는 현재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군 전역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강 중위는 어떻게 국내 최고의 기업에 전역과 동시에 입사할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강 중위가 전역하면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미 목표하는 회사와 직무를 정했기 때문에 다음과 구체적인 실행계획(action plan)을 세워 실천하도록 했다.
첫째, 회사에서 제공하는 직무기술서를 분석하라. 직무기술서에는 다양한 정보가 들어있다. 입사 후 수행하는 주 업무가 무엇인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둘째,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본 지식과 역량을 준비하라. 군에서 통신 분야로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희망하는 경험이 희망 직무와는 연관성이 적다. 게다가 학부에서 배웠던 전공을 2년 동안 손 놓고 지냈기에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공지식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부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 공간의 제한이 있어서 온라인 직무교육을 수강하도록 했다.
셋째, 자기소개서 1번 문항인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를 정리하도록 했다. 취준생의 지원 동기의 내용을 보면 지원자의 희망 사항, 자아실현, 맹목적인 홍보성 회사 칭찬(?) 등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묻는 지원 동기와 관련된 내용을 기술하거나 말하는 지원자는 10명 중 2~3명이 채 안 된다. 지원자가 이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타당한 사유와 기업이 지원자를 뽑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로 채용담당자를 설득해야 한다.
기업은 목표지향적인 조직이다 보니 결과와 성과를 중시한다. 성과가 잘 나오기 위해서는 과정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과정, 즉 프로세스를 타고 일을 하려면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여 경영활동과 관련한 의사를 결정할 때, 반드시 “왜”라는 동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왜그런가”라는 화두가 나오면 다음에는 반드시 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채용담당자에게 지원자의 지원 동기와 그 근거가 명확하게 전달된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채용담당자가 지원 동기를 잘 이해하도록 하려면, 강 중위에게 제시했던 바와 같이 직무기술서를 분석하고 지원자 자신의 지식, 경험,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 내용이 지원한 동기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상담 후 강 중위는 서류 작성부터 면접 때까지 전화로 여러 가지 내용을 상담받았다. 특히 최종면접 전날까지 전화로 꼼꼼하게 미흡한 부분을 보강했다. 그러면서도 코치로서 가장 강조한 내용은 면접 초반에 묻는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후 제대하던 달, 삼성전자로부터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다.
지원 동기는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중요한 질문이며, 면접에서도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이다. 맹목적으로 열심히 하겠다든지, 좋아하는 일이라 지원했다느니 하는 자기중심적 답변으로는 절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채용담당자의 관점에서 뽑을 수밖에 없는 동기를 정리하는 게 성공의 비결임을 기억하고 준비하기를 바란다.
◆◆ 지원 동기 사례 ◆◆
진짜 들어가고 싶은 이유, 뽑혀야 하는 이유를 적어라
영일 군은 삼성전자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자소서 1번 질문인 ‘삼성전자를 지원한 이유와 입사 후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기술하십시오’에 기술한 내용이다.
‘빅데이터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Data Science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지원합니다. 공정 미세화 추세에 따라 빅데이터와 분석 영역이 확장되어 다음과 같은 과업을 수행하여 생산성 극대화 공정 구축에 공헌하겠습니다.
첫째, 빅데이터 처리 및 분석을 수행하면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겠습니다. 비정형 불량 이미지 데이터, 반정형 센서 데이터 등 여러 성격의 공정 데이터를 전처리하여 분석하겠습니다. 의사결정나무, 인공신경망 등 다양한 모델링 기법과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를 활용해서 공정 기술 및 패키지 엔지니어와 협력하여 최적의 공정 조건을 설계하겠습니다.
둘째, 각 공정 장비에서 추출되는 데이터의 성격에 맞게 분석하여 설비 가동률을 향상하겠습니다. 설비 트러블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도를 활용해 장비 센서 데이터가 관리 한계 안에 있는지, 특정 패턴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여 PM 업무를 수행하겠습니다. 회귀분석, 시계열 분해 등 여러 분석 방법을 사용해 장비의 경향과 주기를 파악하여 트러블 발생률을 줄이겠습니다.
삼성전자 평가 및 분석 직무에서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빅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되겠습니다.
1번 질문에서 답변으로 작성할 내용은 두 가지다. ‘지원 동기’와 ‘입사 후 이루고 싶은 꿈’이다. 처음 세 줄은 지원 동기를 명확하게 요약했고, 직무 수행의 결과를 의지로 표현했다. 또한, 직무기술서에 대응하는 내용을 간략하고 명확하게 표현했다. 입사 후 본인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두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등의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본인의 역량을 전달하는 표현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자소서는 말 그대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의 이야기로 구성해야 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업무 수행 역량 중 ‘문서작성 능력’이 있다. 지원자의 자소서 작성 능력이 서류 전형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생각 정리와 글쓰기로 채용담당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면접 단계에서도 면접 위원을 설득할 수 있다. 지원자의 입사 여부는 면접으로 최종 결정되며, 면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소서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 필자소개 ◆◆
이름: 안 선 형(인하대 27기)
E-mail: seanmba.an@gmail.com
소속: 브레인튜닝연구소 대표(커리어 코치)
분야: 2030 청년 세대 취업·진로 강의 및 코칭
5060 중장년 세대 재취업 강의
7080 시니어 세대 의사소통 역량 강의
필자는 25년 동안 삼성그룹에 근무하면서 케미컬, 전자재료(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유통(e-Commerce) 분야에서 B2B, B2C 마케팅과 해외시장 개척 업무를 수행했다. 삼성 재직 시 5년 동안 면접 위원으로 신입사원 채용에 참여했으며, 2017년부터 이공계 취업 교육기관 ‘렛유인에듀’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삼성, SK, LG, 포스코 등에 수많은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매년 주요 10여 개 대학에서 취업 전략, 산업 분석, 직무 분석, 모의 면접 관련 특강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서울시 7, 9급 공무원 채용 면접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표 저서
《이공계 취업 마스터키》
《한 권으로 끝내는 전공 직무 면접 2차전지 이론편》(필명:안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