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드론 총서 - 드론戰 (2)

이 글은 2018년 6.23일 상암동 드론 조종자 필기시험을 보고, 2018년 10.2일 순천 실기시험, 2019년 10.2일 TS 김천 지도조종자 입교시험, 2020년 7.7일 태안 실기평가관 입교시험을 수료한 경험을 적은 글이다. 만으로 2년이 걸렸다. 전쟁과도 같았던 시험의 여정에서 단 한 번도 떨어져 본적이 없었다. 한번에 드론시험에 합격하고자 하신다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ROTCNEWS 승인 2023.01.15 16:40 | 최종 수정 2023.02.02 12:23 의견 0

제1장 드론戰의 시작

“우리 부서에 드론이 들어온다는데 그러니까 네가 먼저 가서 알아봐봐.” 내가 직장에 출근하니 팀장인 전 주임이 갑자기 하는 말이다. 말인즉, 네가 차도 잘 고치고, 배도 잘 보고, 오토바이도 고치고 기계에 대해서는 나보다 좀 더 많이 아니깐, 먼저 가서 관계되는 사람이라도 만나보고 어떤지 알아보라는 거다.

듣고 보니 전에 광나루에서 00협회 명함 받아 놓은 것도 있고, 이00 이사님이 와서 한참을 드론에 대해서 설명을 했던 적이 있었다. 명함을 찾아 전화하고 광나루 RC비행장에 컨테이너에서 이00 이사를 만나 이것저것 얘기를 들었다. 마침 거긴 우리 직종을 퇴직하신 선배님으로 RC비행기를 날리시는 분도 계셨다. 인사도 드리고 겸사겸사.

이00 이사님은 자신은 지금 가르칠 수가 없고, 교관을 소개시켜 주시겠다고 하셨다. “넵!”하고 전화번호와 이름을 받아들고 전화를 드리니 일단 필기시험 먼저 합격하고 오라신다. 때는 6월이었다.

2018. 6.23일 조종자 필기시험을 치렀다. 점수는 82.5점으로 뭐, 넉넉히 합격은 했지만 조금 어려웠다. 7. 2일 전화를 드리고 00일 날 오라고 해서 만난 사람이 김00 이사님이시다. (이하 김 교관님으로 부르기로 한다.)

교관이자 RC업계 00협회에서 00분과 이사를 지내셨단다. 사람이 순해 보였고, 그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수한 분이셨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이리도 충성하고 2년을 함께 가게 될 줄을, 그게 뭔지 그땐 잘 몰랐다.

바야흐로, 나에게 광나루 시대가 시작되었다.

송파지역에서만 40년을 산 나에게 광나루라는 곳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 장난감 비행기나 날아다니는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제2장 광나루 시대

■ 교육현장 1 (마의 원주비행)
먼저 배운 사람들로 보이는 몇 분이 열심히 연습중이다.
(여기서는 닉네임을 쓰기로 한다.)
크롱 아찌, 국수집 아찌, 관리소 아찌, 황 교수 등등
첫날은 그냥 둘러만 보려고 했는데 조종기를 잡아보란다.
작동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모터 기동하는 법을 배운 후, 이륙과 착륙만 했다
교육비도 얘기를 하셨다. 헐~! 250만원이 장난도 아니고, 적지 않은 돈이다.

사업하는 큰처남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빌려 거금 250만원을 입금하고 나니, 김00 교관님이 차 트렁크에서 흰색의 익스플로러 삼 만원하는 시마 장난감 드론 (모드2)를 주신다. 햐~! 싸다. 집에 가져와서 배터리를 3개 더 모바일로 구매하고 날려보았다. 호버링(제자리에 가만히 떠 있는 것)도 제대로 안되고 좌충우돌, 마나님이 비웃는다. 슬슬 오기도 생긴다.

첫째 딸이 인라인 탈 때 땅에 놓고 코스를 그리던 손바닥 크기정도의 콘에 응원 수술을 달아 미니 콘을 만들었다. 실기시험 코스를 집안 거실에 차려놓고 이것저것 해보았다.

원주비행이 제일 어렵다. 사각으로 돌다가, 원으로 돌다가도 지 맘대로 고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난리 브루스였다. 이런 된장. 한 10바퀴 20바퀴 30바퀴를 돌고 나니 이제 원은 되는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에라, 모르겠다. 계속 돌리고 돌고, 튕겨 나가면 속도를 늦추고 어느덧 배터리 하나에 30바퀴를 돌고 4개를 돌리니 100바퀴가 넘는다. 그제 사 만족할 수준이 되니 마나님도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는 눈치다. ㅋㅋ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나를 뭐로 보고!)

다음날 광나루에 가서 보니 어제의 그 선배들이 오셨다. 제법 잘 날리는데 원주비행 만큼은 마의 코스인 것 같았다. 다들 튕겨져 나가고 콘을 못 맞추고 바람까지 불어대니 속도가 빨라진다. 역시, 조종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ㅎㅎ 이래서 망가지는구나 싶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드론이 600~700만원 하는 거라는데 떨구면 교육할 땐 보험처리도 된다고는 하였지만, 등골이 오싹하며 찬 기운이 엄습해온다.

모터를 기동하고, 좌측면, 우측면 호버링? 에이! 이건 GPS모드이니 별거 아니고,
전·후진 수평비행? 이건 좌우로 조금 왔다 갔다 한다. 뭐! 별거 아니고,
삼각비행? 삼각형을 그리라는데 위로 고도를 좀 더 올리란다.
뭐 이것도 별거 아니고,

“원주비행 한번 해 보세요” 김 교관님의 말이 들렸다.
원주비행 위치로! 좌우측면 호버링! 원주비행 시작! 구호는 옆에 국수집 아찌가 불러주셨다. 따라서 외치고, 엘리베이터를 앞으로 밀고, 러더를 고정했다.
헐! 깔끔히 원주비행을 군더더기 하나 없이 뱅뱅 도는 것이 아닌가?
한두 달을 열심히 날린 선배 고참 들은 뒤에서 박수를 치며 난리가 났다.
“이정도면 이번 달에 시험 봐도 합격하겠는데요?”김 교관님의 말이 뒤에서 들렸다.

흐~흐, 장난감 드론으로 집에서 100바퀴씩 돌리고 나왔는데 아니 될 리가 있겠는가! 속으로 참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그것도 잠시, 1달이 지나고 2달차쯤 슬럼프가 찾아왔다. 속도는 광속이요 주체할 수 없는 4채널 키를 쳐대니, 드론을 쫓아가서 손으로 잡아올 수도 없고, 마음은 구만리를 가는데 손가락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면(맞) 호버링은 멘탈 붕괴를 겪게 만들었고, 자괴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나에게도 왔다.

■ 교육현장 2 (이놈의 자세모드)
다음날은 일을 하고 그 다음날 쉬는 날에 또 갔다. 이번에는 자세모드를 하란다. 뭐 장난감 시마드론 자체가 자세모드이니 크기만 다를 뿐 연습한대로만 했다. 비상착륙장을 벗어나지 않게 이/착륙장을 벗어나지 않게 키를 툭! 툭! 치면서 도망가지 않게 잡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랄 것도 없이 잘 되는 게 정상이었다.

측풍접근에서는 뒤로 당기고 옆으로 미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갈 때는 “ㄴ”자로 가지를 않나?, 올 때는“ㄱ”자로 오지를 않나? 이륙을 급상승으로 하지는 않나? 제멋대로다. 하루 이틀 만에 이정도면 그래도 감각은 있는 것이려니 그렇게 생각했다.

선배들 중 크롱 아찌는 (과거 RC헬기를 하셔서 실기시험은 그냥 드론 자격증을 손으로 줍기 위해 가신다는 그런 분으로 얘기를 들었었다) 조종자 실기시험에서 낙방하시고, 삼각자를 손에든 실기평가위원 (이하 실평위원) 얘기만 많이 하셨다.

키가 작고 방제를 하겠다고 하시던 정0길 아씨, 박0호, 줄줄이 3분이 낙방하셨고, 국수집 나사장님만 합격하셨단다. (하하! 이런 ~이런~ 이게 쉬운 게 아니구나) 긴장해서 구호도 안하고, 정지시간 5초를 너무 빨리해서 지적도 받았다하시고, 구술시험도 무얼 물어봤는지 기억이 안 났다는 후문이 있었다. 김 교관님은 조종자가 실기시험장에 지각하고, 수험표도 안 챙겨 왔다고 속상해 하셨단다.

■ 교육현장 3 (순천만 대첩)
이렇게 저렇게 연습에 연습을 하고, 시험 날이 다가 왔다.
10.2일 실기시험을 위해 순천만 국가정원까지 갔다. 차량은 같이 배운 동료5명과 함께 카니발 승합차를 얻어 타고 갔다. 가면서 차안에서 문답형식으로 구술문제를 서로 내주고 답변하는 연습을 하였다.

나는 총23페이지짜리를 준비해갔는데 이분들은 딸랑 3장짜리, 구술정리 종이 몇 장을 들고 오셨다. 당연히 내 차례가 되어 내가 내는 문제는 다들 답을 못하셨다. 너무 양이 많고 깊이 있는 내용이라 또, 집에서 10번 이상 읽고, 머리에 차곡차곡 잘 넣어두는 스타일이라 나는 외우는 건 정말 잘했다. 실력의 차이를 느낄 만큼 꼼꼼히 외웠다.

전날 도착해서 숙소에서 자고 또, 구술문제 실기시험 구호를 외우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실기시험장인 축구장으로 가서보니 문제가 생겼다.

김 교관님이 시험 보는데 필수품인 안전모를 안 챙겨 오셨단다. (다른 교육원 분들 것을 빌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근처 철물점을 돌아다니시더니 다행히 문 연 곳이 있어서 7개를 사오셨고 (통상, 철물점은 현장근로자가 일찍 나가면서 구매를 하니 6시쯤에 문을 연다) 실기시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시험 날인데 시작부터 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8시30분, 순번이 정해지고, 실기평가관이 정해지고, 1번부터, 나는 5번째였다. 원주비행, 비상착륙도 끝내고 측풍접근에서 “ㄱ”자로 기동했단다.
김 대표님이 드론을 접어서 차에 넣으시면서 “아이, 그렇게 하시면 어떻게 해요?” 뭘? 요? 측풍은 “ㄱ”자로, 이륙은 부~앙! 굉음 소리를 크게 내며 급가속으로 상승해서 다들 놀라셨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원주비행 끝나고도 “삼각비행 끝!“이라고 구호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내가? 내가 그랬다 구요?“ 라고 몇 번을 되 물어야만 했다. 시험 끝나고는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 났다. 나의 머리는 백지상태인데 꼭 합격한 것 같은 기분으로 들떠 있었다. 아니면 그동안 고생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기도 했었다.

동기 조종자 안00이 자세모드에서 사방을 돌아다닌 것 빼고는 다 잘했단다. 나도 마음속으로 최소 4명쯤 합격하겠지 했다. 헌데, 6시 단톡방에서 (사방을 돌아다닌 드론은 누가보아도 낙방할 것 같던 분이) “어머, 합격했어요!”라고 톡이 올라왔다. “그럼 나는? 전부다 합격했다는 얘긴가?” 남태령,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다가 폰으로는 접속이 안 되고, 차를 가장자리에 정차하고 노트북을 꺼내들고, 테더링을 해가며 TS 홈피에 로그인을 해보니 “나도 합격이다.”

잠시 후, 모두 다 합격했다는 단톡방 문자가 올라오고, 와! 0명이 모두 다 합격이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다니. 교육원은 그야말로 전원합격이라는 대승을 거두었고, 나이 40 중반을 넘어서 자격증 시험을 보는 나로서는 감회가 남달랐다.

▲드론 시범을 보이고 있는 필자



작가 프로필

필명 : 리모컨

경북 문경이 고향.
서울 송파거주.
국민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졸업.
ROTC 육군대위 만기전역(34기)

소개 :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생활을 하는 3딸의 가장이자 평범한 사람이다.

호기심이 많았고, 오랜 기간 다양한 취미와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중 우연하게 드론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을 접하게 되고, 그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스킨스쿠바 강사, 프리다빙 강사, 드론 실기평가관의 자격을 갖추었고 드론교육원에서 교관으로 일한 적도 있었고, 조종면허와 소형선박면허 소지자로 한강에서 구조업무에도 종사한 적도 있다.

2종 소형면허를 취득해 bmw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또 가르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1급 아마추어무선기사. 제한무선통신사, 육상무선통신사, 항공무선통신사 등의 자격을 취득해 무선을 쓰는 것도 일상화되었다.

운수업체에 취업하기 위해 도로교통안전관리자로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아직 하지 못했고, suv 자가정비를 한 지도 어언 20여 년이 지났다.

취미는 직업이 되면 피곤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취미는 취미를 넘어 직업 되어 버린지 오래다.

그 여정을 함께 되돌아 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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