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잡이에서 칼잡이로 변신한 ROTC (1)

ROTCNEWS 승인 2022.02.10 13:59 | 최종 수정 2022.02.11 14:44 의견 0

제목과 같이 저는 ROTC 39기 보병 장교로 임관하여 보병중대장까지 군 생활 후, 일반 기업체 인사과에서 근무를 하다가 현재는 정육점 및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며 하루하루 마른 수건을 짜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영업자입니다.

▲칼잡이 이헌준(동아대 39기) 동문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보냈습니다. 어릴 적부터 격기 종목 운동을 좋아해서 태권도, 검도, 복싱 등의 운동을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ROTC 23기이신 고모부의 모습(당시 7공수여단 복무)을 보고, 검은 베레!!! 나도 저것을 내 머리에 써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품게 되었고, 대학진학후 자연스럽게 군장학생 및 ROTC 후보생에 지원했습니다.

임관후에는 보병8사단, 육군보병학교,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보병17사단에서 군복무를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녹색견장을 차고 지휘자, 참모 및 지휘관 임무를 수행하여 많은 것을 느끼고 실수하며 그 시절을 보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견장을 찰만한 능력과 자질을 가졌었나?'...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기도 하고, 부족한 저에게 막중한 임무와 권한을 부여한 국가에 참 고맙기도 합니다.

6년 4개월이란 시간, 장교로서 군 복무를 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은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역 후에는 군 장교생활의 커리어를 인정받아 조선소 인사과에서 근무했습니다. 당시 그 회사에서는 OO노총이 설립되어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전임자도 없고 동료도 없이 속된말로 '독고다이' 정신으로 업무를 해갔습니다. 2~3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사내에서 위치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군 생활에서 배운 부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군에서 병력들에게 대했던 것과 같이 근로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그들의 아픔과 기쁨을 공유했던 것들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주변의 사업하시는 형님이나 친구들을 바라보며 나도 월급쟁이가 아닌 나의 일을 해야겠다는 무모한 도전의식과 조선경기의 하락이라는 경제적 흐름이 저를 회사에서 뛰쳐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처음으로 군,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광야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후 어떤 시련이 닥쳐올지도 모른 채...

평소 요리하기를 좋아했던 저는 막연히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식재료인 고기에 대해 정통해야 하겠다는 짧은 생각을 가지고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정육 프렌차이즈 업체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가 '총잡이에서 칼잡이로 변신'한 제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기술이든 배우는 시기에는 “눈물 젖은 OO"을 많이 겪어봐야한다고 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늦은 나이에 이 일을 배우면서 많은 서러움을 겪었습니다. 그만 두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흑!흑!흑!

선배(나이는 어리지만)들과 손님들의 무시, 고된 노동, 위험함 등...많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흔히 “백정”의 일이 제가 현재하고 있는 정육일이라합니다. 정육일을 하셨고 현재도 하시고 있는 여러 선배님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일을 하고 있는 '우리(저 포함)를 가리켜 못 배운 무식한 사람이 하는 일이 정육일이다' 라고 그들(고기를 사먹는 고객들)은 말합니다. 이 일을 배우면서 일정부분 공감은 합니다. 그 무식의 기준이 조금은 다르지만... 소위 말하는 학력이 짧다고 해서 무식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무식은 남을 속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알면서도 행하는 그런 것들이 무식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무식한 사람들을 이 일을 배우면서 많이 봐왔기에 그들이 말하는 무식한 사람이 하는 일 에 대해서 일정부분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오시범도 시범이다” 예전 모시던 지휘관께서 해주신 말입니다. 저는 일부 무식한 선배들 또는 주변의 그들을 보며 오시범을 잘 봐왔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나는 저렇게 안하면 되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지금도 그 다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고향 부산 근처인 경상남도 양산시에서 “문무축산 / 문무상회”라는 상호로 작은 정육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식한 그들이 보여준 몇몇 오시범과 그것을 토대로 저는 어떤 소신을 가지고 영업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동문 여러분들 항상 건강관리 잘하시고 개인방역도 철저히 하시면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적당양의 고기 섭취는 필수입니다! 연락주시면 전국배송 가능한 문무축산에서 미약하나마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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