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잡이에서 칼잡이로 변신한 ROTC (2)

ROTCNEWS 승인 2022.04.24 17:58 | 최종 수정 2022.04.24 18:00 의견 0

제목과 같이 저는 ROTC 39기 보병 장교로 임관하여 보병중대장까지 군 생활 후, 일반 기업체 인사과에서 근무를 하다가 현재는 정육점 및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며 하루하루 마른 수건을 짜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영업자입니다.

▲동아대39기 이헌준 동문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봄날의 아름다움이 잔인하다해서 잔인한 4월이라고 할까요? 4월도 벌써 중순이 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곧 해제된다고 하니 우리의 생활에도 빨리 예전과 같은 활기찬 일상이 찾아오길 기대해봅니다.

코로나 상황을 2년 넘게 겪으면서 많은 자영업자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마른수건을 짜는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런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언론을 통해서나 주변의 요식업 관련된 부정행위를 왕왕 접해왔었습니다. 나름 “먹는 음식에 장난질을 하면 천벌을 면치 못한다.” 라는 소신을 가지고 지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과거 이웃나라 중국의 부정 식자재 유통 사고들을 봐오면서 개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제가 직원생활을 하면서도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도 그에 뒤지지 않는 비양심적인 인간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원산지, 품종, 등급, 유통기한 등을 속여 싼값에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공산품들도 소비자들이 그것을 판별하기란 어려운 것이지만, 육고기 및 육가공품은 더욱 판별하기가 어렵습니다. 각 판매장 및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법으로 그것을 정해놓고 시행하라고 하지만...뭐랄까요?....솔직히 말씀드려서 마음먹고 속이려 들면 저 또한 얼마든지 속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법과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현실적인 강한 통제력과 구속력은 약하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시세보다 비정상적으로 싸게 판매하거나, 또는 저질의 고기를 오히려 정상적인 시세에 판매하여 이익을 착복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습니다. 물론, 저를 제외한 모든 업주님들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대부분은 저처럼 정직하게 판매를 하지만, 일부 소수의 업주들이 그렇게 한다는 말입니다.

가령 수입/국내산 냉동육을 냉장실로 옮겨 자연 해동을 시키면서 적절한 방법(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냉장육과 거의 차이가 없도록 만듭니다. 사실 냉동육이라해서 맛의 차이가 확 떨어지거나 못 먹는 고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제품들 자체에서 일정비율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거나 민감한 소비자의 경우 그것을 알아 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더 싸게 판매하고 더 싸게 구입해야할 제품들을 더 비싸게 판매 및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안 걸리면 장땡이고, 맛만 있으면 장땡이다” 참 서글픈 말입니다...

양념육도 요즘은 그나마 좀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원산지 등을 속여 양념에 절여버리면 일반 생육보다 더 판별해낼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 제가 직원생활 초창기에 일했던 모 프랜차이즈 정육점에서는 유통기한이 넘었거나 생육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진열한 제품들의 육색이 변하거나 냄새가 날 경우에 무조건 양념육으로 사용하라는 지침과 세부 절차도 아주 디테일하게 지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땐 저도 매장에서 만든 양념육은 아내가 좀 사오라고 해도 절대로 저희 집에 사간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팔아서 이 업체 대표는 저렇게 건물도 짓고 비싼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떤 업종이든 사기를 치지 않고서는 돈을 벌수가 없구나' 하는 탄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시범도 시범이다. 라는 말을 기억하며 제 업장을 운영하면서 저의 소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는 예전에 전수(?) 받았던 그 방법들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기도합니다. '나도 그렇게 판매해 볼까?' 하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안 그런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성격상 그게 안 되기에 비싸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매출이 많이 떨어지면서도 끝까지 소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말씀 더 덧붙이자면 양질의 고기에 나름 디테일한 손질 및 작업까지 들어가 고기의 퀄리티를 더 올려주기에 그만한 가격은 받을 만하다 판단하지만 많은 수의 소비자들께서는 싸고 품질 좋은 고기를 원하기에 그만큼 괴리가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에 의한 선택의 가짓수가 많다고 합니다. 즉, 돈이 많은 부자들은 비싼 최상급의 제품부터 가장 값싼 제품까지 다 선택할 수 있고 반대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선택지가 좁겠죠. 그리고 부자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항상 고품질의 고기를 먹을 것이고, 없는 사람들은 반대겠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서글픈 현실입니다.

직원생활 할 때 싼 고기를 싸게 파는 매장에서도 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왕왕 고객들은 싸다고 웃으면서 사갔다가 돌아올 땐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쌍욕과 함께 저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매장 주인이 싼 고기 싸게 팔았고 그 고기를 싸게 사간 손님만 있을 뿐인데, 제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업을 하면서는 '싼 고기는 매입하지도, 판매하지도 않겠다' 생각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고기에 더 정성을 가해서 상품가치를 더 높여보자 생각하고 공들여 작업을 합니다. 그렇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 “퀸텀칼집삼겹살”, “퀸텀칼집목살”입니다. 앞뒷면 격자무늬로 고기 한줄(장)당 4번의 칼집작업이 들어갑니다. “고기만 좋으면 됐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그런 논리라면 아무 손질 없이 질긴 부위를 그대로 먹어도 다 맛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 두꺼운 고기가 얇은 고기보다 수분손실이 적기에 육즙도 풍부히 잡히고 칼집에 디테일하게 들어갔기에 근육층을 끊어주어 더 부드럽고 빠르게 익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고기 자체의 퀄러티가 좋아야하고, 디테일한 정성이 들어갔을 때 고객님들의 입속에 들어가면 그 차이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저와 같이 소신을 지키면서 정직하게 사업하는 전국의 수많은 자영업자분들과 그 소신을 믿어주시는 많은 고객님들께 불타는 응원과 사랑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아직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고 그 끝이 어디일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이 대위는 끝까지 소신을 지키렵니다. 그것이 가진 돈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R.O.T.C 출신 정육업자의 자부심이고 아들들에게 떳떳한 아버지이고자 하는 이대위의 모습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마음이 편안하시고 몸도 건강하신 매일 매일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충성! -문무축산/문무상회 이대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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